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더이상 범죄 도피처 아닌 ‘텔레그램’

 

보안성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해외 메신저 앱 ‘텔레그램’ 이용이 늘었지만,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물로 제출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파장이 일고 있는 ‘n번방’ 성착취물 유포 사건 수사에서도 텔레그램 메시지 증거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 핵심 인물 중 한명인 대화명 ‘와치맨’ 전모(39) 씨에 대한 공소장에는 텔레그램에서 확보된 증거물이 다수 포함됐다.

전씨는 텔레그램에 단체대화방 ‘A 고담방’을 연 뒤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했다. 2019년 4월부터 9월까지 전씨는 대화명 ‘키로이’, ‘chester’, ‘kelly’, ‘똥집튀김’ 등이 각각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접속링크를 제공했다. 각 대화방에서 오고 간 사진은 9103개, 동영상은 2301개에 달한다.

텔레그램을 통해 오고 간 자료 뿐 아니라, 텔레그램 대화방에 입장한 사람들의 신원도 확인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휴대전화 번호를 비공개로 설정했더라도, 같은 대화방 참여자가 다른 사용자의 번호를 저장해둔 상태면 휴대전화 번호를 연계해 보여준다.

즉, 대화방에 수사기관에서 잠입한 후 대량의 전화번호 목록을 휴대전화에 등록하면 대화방 참여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 가능하다. 특히 ‘박사’ 조주빈(25)의 경우처럼 대화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받아 둔 기록이 있다면 수사는 더욱 용이할 전망이다.

‘드루킹 사건’ 으로 실형 선고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경우에도 텔레그램을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가 결정적인 증거였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산채 방문 직후부터 드루킹 김동원 씨로부터 여러 차례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았고, 그 내용에 킹크랩의 개발 및 운영 상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주기적으로 댓글 작업이 이뤄진 기사 목록을 전송 받고 “고맙습니다”라고 답한 사실도 증거로 포함됐다.

다만 텔레그램을 비공개로 설정하고 대화방을 나가버리거나, 주기적으로 대화 기록이 삭제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엔 복원이 어렵다. 이에 대검은 지난해 4월 텔레그램을 비롯한 해외 메신저 대화 내용 복원기술을 개발하는 ‘안티포렌식 앱 분석 및 복호화 방안 연구’를 추진했으나 사업 유찰 후 후속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장을 맡은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나가고 회원도 탈퇴하면 지금 와서 기록을 찾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존에 잠입했던 사람들이나 대화방 운영자를 통해서 자료가 확보된 경우에는 신원특정이 가능하다고, n번방 사건의 경우 암호화폐 등을 주고 받은 기록으로도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원 기자